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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돈키호테

    세르반테스는 1605년 돈키호테를 쓴 이유에 대해 '유행하고 있는 기사 이야기의 인기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16세기와 17세기 당시 유럽은 기사도가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모든 문학과 예술은 영웅적인 기사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거짓말로 가득 찬 기사소설을 그대로 믿었다고 합니다. 세르반테스는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중세의 기사도 정신을 비웃고 싶었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기사도 정신은 낡은 것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기사와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었으니 말입니다. 전쟁을 겪고 노예생활을 하면서 인간에 대해 관찰을 한 세르반테스는 기사도 한낱 사람이며 인간은 모두가 어리석은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영웅적인 기사를 찬양하는 대신에 허풍 떠는 어리석은 기사를 조롱하는 새로운 소설을 발표한 것입니다. 책 속의 이야기를 눈앞에 실제로 펼쳐지는 현실로 착각한 주인공 돈키호테가 바로세르반테스가 비웃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툭하면 말에서 떨어지고 싸우다 다치는 돈키호테를 통해 기사도의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입니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 생각 없이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사람을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꿈꾸는 사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 신념이 확고한 사람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솔직 담백하고 유머가 넘치는 돈키호테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특히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평범한 인간성은 국가, 인종, 나이, 서별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605년 '재치 있는 이달고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작품은 에스파냐 황금기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세르반테스는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아주 뛰어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르반테스의 소설이나 희곡을 읽는 독자들은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마치 곁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돈키호테가 꿈꾸던 기사의 세계

    주막 주인에게 엉터리 임명을 받은 돈키호테는 사실 정식 기사가 아닙니다. 정식 기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지 기사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럽을 지배하던 로마 제국이 쇠퇴하자 유럽은 많은 소왕국으로 나뉘었습니다. 넓은 땅을 차지한 영주와 여러 영주를 거느린 왕족이 새겨나 다툼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땅과 권력을 지키고 넓히기 위해 전사들을 거느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기사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기사에게는 지켜야 할 도덕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기사도입니다. 용맹스러움, 명예 지키기, 예의 바름은 기사도의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자신이 섬기는 주군에게 전사로서 충성 봉사할 의무는 물론이고 악의 심판 등 기독교의 윤리를 따르며 신을 공경하는 것도 기사의 도리였습니다.

    중세 때는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켰습니다. 기사가 될 남자아이들은 일곱 살에 자신이 섬길 영주의 집에 심부름하는 아이로 들어갔습니다. 영주의 잔심부름을 하면서 귀족들의 기초예절을 익히다가 열두어 살쯤 되면 기사의 종자(남에게 종속되어 따라다니는 사람)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모시는 기사의 말을 돌보고 무기나 갑옷도 반짝이게 닦아야 했으며 전쟁터에도 따라가서 온갖 시중을 들면서 더 어려운 싸움 기술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능력을 인정받으면 기사 임명식을 거쳐 비로소 기사가 되었습니다. 

    기사 임명은 기사나 왕 또는 여왕이 했습니다. 종자가 기사의 임무를 잘하게 해 달라 기도하고 무릎을 꿇으면 임명자가 칼등으로 종자의 양 어깨를 살짝 치는데 그것으로 종자는 비로소 기사가 되는 것입니다. 임명자는 칼이나 투구 또는 갑옷 등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기사 서임식은 왕실에서는 축하곡도 울리는 등 정성 들인 행사였지만 전쟁 떠에 나가기 직전 때로는 전쟁터에서 급하게 치러지기도 했습니다.

     

    지은이 세르반테스

    소설가이자 극작가, 시인인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는 스페인의 알칼라데에나레스에서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시골 귀족 출신이지만 가난해서 학교 교육을 정식으로 받아본 적 없이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모험심과 호기심을 타고난 세르반 테스는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어느 날, 말싸움을 벌이게 되었는데 칼싸움으로 커지는 바람에 오른손이 잘리는 형벌을 당할 위기에 놓이기 됩니다. 세르반테스는 형벌을 피해 에스파냐에서 로마로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1571년 그리스도교 동맹국과 오스만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레판토해전에 참전했다가 왼손을 잃고 맙니다. 게다가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해적에게 납치되어 알제리로 끌려가 5년간이나 노예생활을 하다가 간신히 도망쳐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으로 돌아온 세르반테스는 세금징수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계산을 잘못해 실수하는 바람에 은행에 고발당하고 쉰 살에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감옥에서 그는 글을 썼는데 감옥에서 완성한 작품이 바로 돈키호테입니다. 세르반테스는 세금 징수원으로 일할 때 안달루시아와 라만차 지방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돈키호테를 쓰는데 도움이 되어있습니다.

    1585년 첫 소설인 라 갈라테아를 출간하여 작가로 등단한 후 알제리의 생활, 라 누만시아 등 20~30편의 희곡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다가 돈키호테를 발표하여 일약 스페인의 셰익스피어로 불릴 만큼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는 1616년 4월 23일 마드리드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 사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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